[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70과 30의 조화

신연강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6.29 13:15 수정 2020.06.29 13:33

 


7030을 생각합니다. 두 숫자를 마주할 때의 느낌은 어떤가요. 100을 기준으로 한 구성 비율이 이상적이지 않은가요. 한쪽이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지도 않고, 반대쪽이 완전히 내주지도 않는 이른바 ‘70의 당김과 30의 물림이 되고 있으니까요. 이쯤 되면 황금비율이라고 할 만하죠.

 

삶 곳곳에서 일정한 비율의 물림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밥을 뜸 들인다거나, 음식의 조리라든가, 또는 도자기를 구울 때, 심지어 주당들의 밀주(폭탄주) 제조 등 곳곳에서 적정한 비율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시각에서 이것은 일종의 밀당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밀당, 일종의 밀고 당김말입니다.

 

밀당 얘기를 하니 웃음이 납니다. 처음 밀당이란 말을 들었을 때의 일입니다. 남들 다 아는 이 말을 뒤늦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뭔가 은밀한 종류의 일이 아닐까 생각했지요. 사실 이란 단어는 밀()의 의미로 인해 뭔가 은밀하고 조용한, 음영적 이미지를 강하게 제시합니다. 그래서 밀당이라 했을 때, 어떤 집단이 은밀한 일을 도모하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얼마 후 이 신조어가 젊은이들 사이의 밀고 당김이라는 것을 알고 시대에 뒤지는 제 언어 감각에 혀를 차고 말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밀당이란 단어는 역설적이게도 기억에 오래도록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밀당이란 사람 간의 관계만은 아닙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삶의 연장선에서 이 관계를 얼마든지 엿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봄이 오기 위해서 계절과 계절 간에 펼쳤던 줄다리기는 얼마나 오묘한지 모릅니다. 겨울과 봄이 펼치는 실랑이는 참으로 경이롭지요. 그뿐인가요, 사실상 밀당은 시간과 세월을 넘어, 살아있는 모든 것을 뛰어넘어, 역사와 문화와 정신 속에 존재하는 생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연인들 간의 밀당이 대세입니다. 밀고 당김의 그 아슬아슬한 줄다리야말로 청춘을 스릴과 고통과 행복감으로 채우는 에센스이지요. 아름답고 시린 이 밀당은 사실상 모두의 단어입니다. 아련한 이 단어를 마주하면 너나없이 우리 모두가 한 시절 젊은 연인이지 않았습니까. 모두가 밀당을 했었으니 그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밀당은 연인뿐 아니라 그 대상을 무한히 확장합니다. 글쓰기도 밀당 아닌가요. 독자와 필자가 펼치는 밀당입니다. 읽기와 쓰기의 밀당은 글을 통해 전해오는 긴장과 전율이, 마치 낚시할 때처럼 존재와 존재 간에 팽팽한 균형과 긴장을 전합니다.

 

제임스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를 읽다 보니, 뒷부분에서 역자 후기 <50년간의 문학수업기>를 만나게 됩니다. 이종인 번역가는, 미치너가 여러 작가들을 언급했지만 그들 대작가들에 대해 빙산의 일각만 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알아야 할 것 10이 있다면 스승은 3만 말해주고 나머지는 제자가 몸소 깨우쳐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깨달은 만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을 하는데, 저 또한 사람은 보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생각하며, 생각한 만큼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당을 생각하며 글을 정리하려 합니다. 읽고 생각할 글거리에서 작가가 70을 써놓으면 독자가 읽고 30을 채워 넣음으로써 글이 완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일 그 글이 좀 더 독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필자가 30을 제시하더라도 독자가 거기에 생각을 얹고 날개를 펼쳐서 70을 만들어가는, 완성해가는, ‘글의 밀당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저의 글쓰기 밀당도 그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봄눈 녹듯 가슴에 스며들고 싶어서, 산들바람처럼 잠을 몰아오고 꿈을 훔치고 싶어서, 처음 밀당이란 말을 들었을 때 그 느낌으로, 고요한 밤 펜을 쥔 저의 밀당이 끝없이 계속되는 까닭입니다.

 



 


[신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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