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의 Fun

[레딧 괴담] ASMR

○○○○○○○○회 님 | 2019.08.13 14:01:57



나는 거의 10년이 넘게 수면을 위해 "ASMR"을 이용하고 있다. 처음엔ASMR이라는 이름이 있진 않았던 것 같고, 그저 몇 시간이고 폭풍우와 빗소리 녹음을 틀어놓곤 했다. 물론 기술과 테크닉은 많이 발전해 있고, 요즘엔 "바이노럴(Binaural)" 녹음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잘 들어보지 못한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바이노럴이란 실제 청자가 그곳에 있다고 가정하고 청자의 귀가 있을 자리에 두 개의 마이크를 설치해 스테레오 형식 녹음을 한 음성이다.) 

이런 바이노럴 음원들은 내가 써봤던 모든 약물보다 더 효과적으로 잠에 빠져들게 해 주는 나의 구원자이다. 내가 제일 자주 찾는 건 바람과 천둥이 곁들여진 폭풍우이고, 거의 항상 숲에서 녹음된 걸 듣지만 좋은 퀄리티라면 텐트나 차에서 녹음한 것도 듣는다. 이런저런 요소들이 내는 소리를 침대에 안전하게 몸을 파묻은 채로 듣고 있자면 천국이 따로 없다. 지금까진 그래왔다.

 일주일쯤 전 (지난 수요일) 나는 반려동물들의 저녁을 전부 준비해 주고, 씻고 나서 잠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참고로 우리 방에는 침대 발치에 있는 옷 서랍 위에 햄스터를 키우고 있다. 데려온지 얼마 안 된 터라 아직 새 집에 적응 중이다). 여자친구는 나랑 비슷하게도 잠에 들기 위해 헤드폰으로 노래를 듣는 습관을 갖고 있다. 한번은 침대에서 유튜브 어플을 켜고 '바이노럴 폭풍우'를 검색했다. 사실 항상 치는 게 거의 그거밖에 없기도 하다. 이번엔 한 번도 안 본 영상이 떴는데 '바이노럴 숲속 비바람 10시간' 이라는 제목에 썸네일은 비에 젖은 숲속 풍경이었고, 업로더의 이름은 ArcticFox4047이었다. 그 정도면 꽤 평범한 편이다. 영상이 너무 짧으면 그 후로는 침묵만 이어져서 잠에서 깨 버릴 수가 있단 말이다. 그래서 난 그 영상을 누르고 잠에 들 자세를 취했다. 영상의 음성은 정말 죽여줬다. 마치 숲속 깊은 곳에 누워서 빗방울이 내 주변의 나무와 식물들을 두들기는 소리와, 가끔씩 천막을 뚫고 밀려오는 바람 소리를 듣는 것만 같았다. 정말 빠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목요일) 밤에도 똑같이 침대에 들기 위해 준비를 했다. 전날 밤에 본 영상을 클릭했는데 같은 유튜버가 새로 올린 영상이 추천 영상 목록에 올라왔다. 'HD 숲속 바이너리 빗소리 10시간'. 전날 본 영상처럼 엄청난 퀄리티일 거라고 신나하면서 클릭하고는 잠에 들 준비를 했다. 전보다도 더 좋아진 느낌이었다. 거의 현실보다 생생한 느낌이랄까. 마치 주변의 모든 벌레 소리, 새소리, 그리고 빗방울 소리가 따로따로 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잠에 들기 시작할 무렵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혹시 몰라서 덧붙이자면 나는 소음 차단 헤드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꽤 큰 소리가 아니라면 들리지 않는다. 잠을 떨쳐내고 멍한 상태로 뭔 소린가 하고 보자, 바보같은 햄스터 녀석이 자기 집 바닥을 파고들어가서 미친 듯이 긁어대고 있던 거였다. 고맙기도 하다, 땅콩아. 나는 땅콩이한테 눈을 흘기고는 다시 잠에 들었다.

바스락, 탁.

나는 잠에서 깨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땅콩이가 케이지의 구석을 갉아먹고는 전선을 튕기고 있던 거였다! 고 귀여운 털뭉치를 조용히 욕하고는 다시 빨리 자려고 노력했다. 이번에는 완전히 곯아떨어진 것 같았다. 부스럭대는 소리 때문에 깨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뭔가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마치 깨어나면 곧바로 꿈이 기억나는 것처럼. 누군가 내 주변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빙빙 돌다가, 옆으로 살짝 빠졌다가 다시 다가와서 걸어다니고. 이것 때문에 소름이 돋아서 그날 하루 내내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금요일 밤, 처음에 들었던 영상을 찾으러 들어가자, 영상 두 개가 지워지고 새로운 영상 하나가 업로드되어 있었다. '10시간  숲속의 거센 폭풍우'. 나는 신나면서도 뭔가 지난 밤 꿈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영상들의 퀄리티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음질로 커다랗게 울리는 천둥 소리를 듣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영상을 틀었고 몇 분만에 잠이 들었다.

부스럭. 무거운 숨소리. 누군가 혼잣말로 실망한 듯이 속삭이고 있었다. 그것은 내 얼굴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나를 마비시켰다. "아냐. 너무 일러! 못해. 얘는 아직 다 되지 않았다고, 통하지 않을 거야! 젠장, 한 번만 더 하면 충분하다니까! 얘 엄청 진짜처럼 보이잖아,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나는 살면서 그렇게 원초적인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헤드폰을 벗어던지고 미친 사람처럼 이불 속에서 도망쳐 나왔다.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로 바닥에 앉아 있자 여자친구가 잠에서 깨었고, 불을 켜며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악몽을 꿨다고 말했다. 그날 밤은 게이머 영상 모음집을 보며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

토요일 밤이 왔다. 그 유튜브 계정은 삭제되어 있었고, 내가 본 영상 기록에서 그것들은 사라져 있었다. 아, 모르겠다. 전날 밤 그 미친 광경을 보고 난 이후로는 잠 좀 자자고 뭔가 들을 일은 없을 거다. 운이 좋게도 그날은 하루종일 비가 점점 심하게 내리고 있었고, 나는 창문을 아주 살짝만 열어 빗소리가 들리도록 했다. 그러나 점점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드는 순간, 그 소리가 들렸고 나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곧바로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다시는 빗소리 속에서 잠들 수 없을 것 같다.

부스럭.

"이제 얜 완전히 우리 거야."


출처: https://moonshapedpool.tistory.com/75?category=594087 [괴담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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