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의 Fun

[레딧 괴담] 타기로 했던 비행기가 연기됐어 3편(시리즈 /완결 )

○○○○○○○○회 님 | 2019.09.30 17:23:54

몇 시간 동안이나 경찰서에 있다가 이제야 집에 왔어. 내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빨리 눈치챈 거 같더라구. 그 비행기 사실 기계적 결함 때문에 연기될 뻔했는데 쉬쉬했다나봐.

계속 별거 없었는데 조사 마지막쯤에 나랑 얘기하던 경찰관이 말하길 FBI가 자기들이 수사를 맡겠다고 했대.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여겼어. 혹여 테러일 수도 있는 사고에 FBI가 개입하는 건 당연한 걸로 느껴졌거든.

심문실을 나가서야 그 남자를 봤어. 심문실 바깥 창문 앞에 서 있던 남자. 정장을 입고 있었고 꽤 중요한 사람 같았어. 그는 모두에게 집중하라고 했어. 그가 실종된 비행기에 대해 말하는 동안 경찰관들은 부지런히 메모를 하며 경청했지.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어.

몇 분 후 그는 연설을 마쳤고 나한테 걸어오기 시작했어. 난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고 나를 씹어삼키는 공포에 시야는 흐려졌어.

"안녕하새요, Ms. ---. 여기까지 와 주신 것에 FBI를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나는 입을 벌리곤 그를 쳐다봤어. 그 꼭 다문 미소를 그는 지어 보였어. 내 남은 생 동안 따라다닐 그 미소ㅡ남은 생이 얼마나 긴지 짧은지는 상관없이 말야.

"아직도 충격에 빠져 계시겠군요, 물론 완전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꼭 비행기를 찾을 거라는 건 알고 푹 쉬셔도 됩니다. 모두에게 종결을 짓게 해 드릴 거예요."

나는 조용히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어.

"잠깐 동안만 저랑 나가 주시겠습니까, Ms. ---?"

나는 당황한 채 주위를 둘러봤어. 우리가 하는 대화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 보였지. 내가 좋다고 하든 싫다고 하든 상관없단 걸 알았어. 어차피 이 사람이랑 단둘이 얘기해야 했지.

"그-그러죠." 내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어. 살면서 내 목소리가 그렇게 줏대없이 들린 건 처음이었어.

그는 다시 웃으며 경찰서 뒷문으로 날 안내했고 내가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잡아 줬어. 그도 따라 나왔고, 분주한 건물 안에 비해 우리 둘은 계속 침묵을 지켰지.

남자는 마치 이게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상황인 양 빌딩 벽에 기댔어. 마치 비행기가 실종되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마치 어젯밤에 내가 창 밖에서 그를 못 본 것처럼 말이야.

우린 잠시 조용히 거기 서 있었어. 난 그가 대화를 시작하기만 기다렸어, 그저 아무 말이라도 하길 말야.

"당신은 꽤나 운이 좋은 여자예요." 그는 혼자 웃었어. "하나만 물어볼게요: 운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믿나요? 업은요? 운명은?"

난 그를 마주보려고 고개를 돌렸어. "믿고는 싶죠..."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말문이 막혀 버렸어.

남자는 처음엔 대답하지 않았어. 내 대답이 마음에 든 건지 아닌지 눈치채기가 어려웠지.

"흥미롭군요. 곧 다시 뵙죠, Ms. ---."

내가 뭘 말할 수 있기도 전에 그는 날 지나쳐 가 문을 열고는 경찰들과 수사관들 떼 사이로 사라져 버렸어.

잠시 기다리다가, 나도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서둘러 앞문으로 다시 나가곤 집으로 운전해 갔어.

~

내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남자친구가 질문을 쏟아대기 시작했어. 모든 질문에 대답해 주려고 애쓰긴 했지만, 님친도 내가 지친 걸 알아챘어. 그때도 아직 이른 오후였어서, 남자친구는 내가 낮잠을 자는 동안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다녀오겠다고 제안했어. 나는 고맙단 뜻으로 뽀뽀를 해 줬어.

그가 느가자마자, 핸드폰 화면이 밝게 빛났어. 소름돋는 목소리를 예상하며 전화를 받았지. 그런데, 아까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안녕하세요, Ms. ---. 잘 들어요. 당신은 XYZ로 갑니다. 당장 떠나세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다시 보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내가 대답할 수 있기도 전에 전화는 끊겼어.

나는 굳게 마음을 먹고 차키를 꺼내 빠르게 차에 탔어. 내가 멍청하게 굴고 있단 건 알았어. 피할 수 없는 일이란 것도 알았지. 내가 가던지, 그가 날 찾아오던지 둘 중 하나였어.

~

그가 알려준 장소에 도착해 주차하고 나서 난 평정을 되찾으려 노력했어. 하지만 그럴 시간을 30초도 주지 않은 채 보조석 문이 열렸다 닫혔고 경찰서에 있던 그 남자가 차 안에 나와 함께 앉았어.

그는 자신이 그림자라고 말했어. 비밀 정부의 일원이라고. 그리고 나는 이제 그들한테 빚을 졌다고. 난 이제 그들 중 하나가 될 거라고. 그들을 위해 일할 거라고.

"왜요? 왜 저죠?"

"당신에겐 잠재성이 있어요. 당신은 우리와 함께 이 짐을 지고 갈 수 있죠. 같이 말이에요."

그는 내 쪽으로 기대 뭔가를 속삭이고는 차에서 나가 빠르게 걸어가 버렸어.

난 멍한 상태로 운전해 갔어. 내 몸, 아님 내 생각, 아님 뭐든간에 통제권을 잃은 기분이었어. 내가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통제력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았어. 진정하려고 크게 혼잣말을 했는데, 이성을 되찾으려는 노력은 헛될 뿐이었어. 내 눈 바로 앞에서 손가락 사이로 모든 게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어.

주변의 것들은 보이지도 않는 채로 집으로 비틀대며 들어갔어. 남자친구는 집에 없었어. 소파에 앉아서 이걸 쓰기 시작했지. 차라리 이럴 시간에 그냥 죽어버려야 될 것 같아.

무서워. 살아가야 한다는 게 무서워. 이런 식의 짐을 더 지고 살아가야 할 거라는 게. 영원히 말야. 난 이제 세상의 모든 미친 것들에 대한 지식을 어깨에 지게 된 아틀라스야.

핸드폰 화면이 켜졌어. 전화를 받았어.

깊은 전자음 목소리였어: "곧 너를 찾아갈 것이다. 아직 배울 게 많다."

난 내가 미쳐 버린 줄 알았어. 어쩌면 내가 정신분열증에 걸린 게 아닐까도 생각했어. 어쩌면 어제 그 비행기에 타지 않은 거에 대한 죄책감에 짓눌려 정신을 놔 버린 게 아닐까, 내 안의 어딘가가 깨져 버린 게 아닐까 하고 말이야.

하지만 전부 말이 돼. 말이 된다구. 그들이 모든 걸 관리하고 있어. 그들은 모든 걸 알고 있어.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어

문 밖에 누군가 있어

그들이 진짜라는 걸 내가 증명할 수 있어

.조심해

밤의 스토커, 조디악 킬러, 도끼 살인마, 그것들 전부 다

]암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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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식자 괴담접시: 마지막에서 두 번째 줄의 원문은

The nigHt Stalker, the zODiac killer, the axemAn W it was all 였습니다.

대문자만 읽어서 조합해 보면 SHADOW, 즉 그림자가 되는 거죠. 비밀 정부 (cryptocracy)는 우리가 모르는 단체에 진짜 리더들이 숨어서 세상을 조종하고 있다는 괴담 혹은 음모론인데요. 주인공은 그들에게 끌려간 것 같죠! 아무래도 이게 글쓴이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네요.

중간에 나오는 아틀라스라는 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을 인용한 것 같습니다. 신들에게 반항을 저질러 평생 하늘을 어깨에 지게 된 거인이죠.


출처: https://moonshapedpool.tistory.com/37?category=710507 [괴담접시]

출처: https://moonshapedpool.tistory.com/37?category=710507 [괴담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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